허약맨 일기


요양의 나날들 
요즘 내 일상을 들여다보면 나쓰메 소세키의 수필집 <유리문 안에서>가 떠오른다. 



유리문 안에서 바깥을 내다보면 서리막이 해 놓은 파초, 빨간 열매를 맺은 낙상홍 가지, 멋대로 우뚝 서 있는 전봇대 같은 게 바로 눈에 띄는데, 그 밖에 딱히 손에 꼽을 만한 건 거의 시선에 들어오지 않는다. 서재에 있는 내 시야는 아주 단조로우면서도 아주 좁다.

게다가 나는 작년 말부터 감기에 걸려 바깥출입을 거의 하지 않고 매일 이 유리문 안에서만 앉아 지내다 보니, 세상사의 동정을 전혀 알지 못한다. 심사가 편하지 않으니 독서도 별로 하지 않는다. 나는 그저 앉았다 누웠다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뿐이다. (..)

요즈음 이삼 년 사이에 나는 대체로 일 년에 한 번 꼴로 병을 앓는다. 그리고 자리에 눕고 나서 털고 일어나기까지 얼추 한 달여 시간을 허비한다, 
내 병이란 늘 그렇듯 위장에 탈이 나는 것인데 여차하면 금식 요법 말고는 달리 손쓸 방도가 없다. 의사의 명령뿐만 아니라 병의 성질 그 자체가 내게 부득이 금식을 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병을 앓기 시작할 때보다 회복기에 이르렀을 때가 오히려 더 깡마르고 비슬비슬하다. 이런 상태가 한 달 이상 질질 끄는 결정적인 이유는 아마 이 쇠약해진 몸 때문인 듯하다. (...)



그러니까, 인정해야겠다. 내가 허약맨이라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워낙 체구도 여리여리하고, 소화기관을 비롯해서 몸바탕이 약하고 성격이 예민하여 주변인들로부터 조심스럽게 길러지긴 했지만 ‘작고 마른 사람을 대하는 우리나라 사람들 특유의 편견’ 이라고만 늘 생각해왔다. 틀림없이 내가 천하의 건강맨이라고 자부하고 있었다. 

거칠게 보자면 성인 표준 체력에 가깝고 이에 대해 감사히 여기고 있긴 하지만 적극적으로 내 상태를 잘 살펴보고 관리하는 것은 남아있는 생을 잘 보내기 위한 중요한 일일 것이다.
 
나는 사무직이긴 하지만 현장 업무, 외근이 잦은 직종이다. 그곳에서 들었던 몇 가지의 말들과 나를 대하는 그들의 행동이 떠오른다.

“무언가 이를 악물고 버티는 것 같다.”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당시에는 곧이 듣기 보단 다소 비꼬는 말인양 생각했고 회사에서 링거를 맞게 해주거나 내 눈을 들여다보고는 인제 그만 일찍 퇴근하라고 하는 말을 자주 듣는 것은 그저 선배 or 회사의 입장에서 챙겨준다는 의미로만 받아들였었다.
 
충혈이나 안구 건조증, 소화기 계통이 좋지 못할 수 있다는 건 현대인의 흔한 특징 아닌가. 나는 현대인이라면 그런 것들은 다 갖고 있고 그 원인은 스트레스일 것이라고만 간단히 생각하고 있었다.

성정이 예민해서 신체의 이상을 잘 알아차리기도 하지만 과도한 노동과 정신적 착취에도 성실하고 인내심 있는 어른 한국인 답게 참는 것이 일상화된 지 오래다. 또한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를 견디는 것에 익숙했는데 아플 것에 대해 인지한 이후는 통증에 조금은 무감한 타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래서일까. 그저 간단하게만 생각했던 것이다.

 
검진 후 병원의 주치의가 내게 그런 말을 했다. 
모든 것을 스트레스 탓으로 돌리지 말라고. 


나는 한 번도 허약맨에 대해 생각해보지 못했다. 


조식으로 종종 빵을 먹고 아무렇지 않게 매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간식으로 과자도 먹고 하루에 적어도 6시간 이상 컴퓨터와 모바일로 업무를 보며 원고와 책도 한 참을 들여다보고 
가끔 바쁠 때는 점심이나 저녁도 대충 먹고, 퇴근 후에는 맥주 한 캔 마시며 넷플릭스나 유튜브 따위를 보는 것


매일 이렇게 지낼 수 있는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다.

일상생활을 할 때 불편을 느낄 정도로 몸이 좋지 못하면 증세가 더 나빠지지 않게 신경 쓰는 한편
바쁜 일상에 지장을 주지 않고자 병을 특별히 신경 쓰지 않으려 신경 쓰느라 (!!!) 불안이나 신경증에 시달리기 쉽다. 
나는 신경쇠약이나 공황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것들과 내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될 수 있으면 회피하고 싶다. 

'허약이라면 지켜야 할 것'에 빠진 두 가지가 있다. 영양제 먹기와 운동하기다. 
허약이라면 산책이나 가벼운 달리기보다 조금 힘들어도 근력을 기르는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소예르에서 점심

햇볕이 쏟아지는 11월의 소예르. 지중해다운 풍경.우린 하얀 파라솔과 붉고 흰 줄 무늬 의자가 깔린 카페에 앉아 성긴 거품이 가득 담긴 카푸치노와 에스프레소를 한 잔씩 마셨다.유럽의 해안도시에 오면 생선-해산물 요리를 자주 먹는 편인데, 한국식으로 조리한 생선 요리는 내 입맛에는 잘 맞지 않은 편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레스토랑에서 추천해 준 “오늘의 생... » 내용보기

데이아(Dei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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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마- 데이아(De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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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에 관한 칼럼

조국에 대한 칼럼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흥미로운 칼럼이 있어서 보관하기 위해 가져와본다. http://www.newsmin.co.kr/news/41619/?fbclid=IwAR0DeDlpI4uxcibRYCMmN1WDDgrE3gM3BEDCkY4nstTT_I2_1nf1yOuI_6w'당신과 나는 위에 열거한 조국 사태의 다양한 측면 중 어디를 주로 바라보... » 내용보기